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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칼럼] 경찰관과 '노상강도'
글쓴이 : 알베르또 날짜 : 10-03-06 09:48 조회 : 359 추천 : 0
한적한 뉴저지 시골 마을에 살던 사람이 맨하탄에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워낙 차들이 많이 밀리다 보니 도심 네거리를 건너던 차들이 중간에 빨간불로 신호가 바뀌면서 건널목 한가운데 서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신호를 받고 네거리를 건너던 중 앞서가던 트럭이 멈춰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네거리 한가운데 서게 되었다. 잠시 후 멈춰 섰던 트럭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으나 이미 신호등은 빨간 불로 바뀐 뒤였다. 이 때 어디서 보고 달려왔는지 경찰관이 다가오더니 길 옆으로 차를 세우게 하고 면허증제시를 요구하였다.
 
영문도 모르면서 면허증을 내민 내게 경찰관은 진로 방해를 했으니 티켓을 끊어야겠다고 말하였다.  나는 신호를 받고 가다가 앞차가 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길 한가운데 서게되었다고 사정을 이야기하였으나 경찰관은 막무가내로 티켓을 끊어버렸다. 티켓에는 벌금이 자그마치 130불이나  나와있었다. 서민들의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큰 돈을 아무런 잘못도 없이 빼앗기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단속하는 사람이 경찰관인지 ‘노상강도’인지 구분이 안갈 수밖에...
 
'노포인트 항목인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끊어드렸으니 이만하면 서로가 공정한 셈이지요?'

경찰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차안에 앉아있는 내게 선심쓰듯 말했다.

'전혀 공정치 않소. 아무런 잘 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벌금을 내야한단 말이오.'

볼멘소리로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내게 경찰관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가버렸다.

'그러시다면 법정에 가서 잘 잘못을 가리시지요.'
 
티켓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벌금을 내든가 법정에 나가 재판을 받든가 둘중에 하나를 택하도록 되어있었다. 그러나 뉴저지도 아니고 뉴욕까지 가서 재판을 받으려면 하루 종일 걸릴텐데 130불 때문에 생업을 팽개치고 재판을 받으러 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경찰관은 아마도 그 점을 노리고 타주 번호판을 달고있던 나를 세운 것인지도 모른다.
 
불경기로 세수 수입이 줄어들자 부족한 세 수입을 벌금으로 채우려는 것인지 요즈음 들어 경찰관들의 교통위반 단속이 부쩍 심해진 듯하다. 길 옆 으슥한 골목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차량이 조금이라도 속도를 위반하면 따라가 잡는가 하면 어떤 때는 단속 대상을 미리 점찍어놓고 있다가 몇마일이고 뒤에 바짝 따라가면서 긴장한 운전자가 작은 실수라도 할라치면 바로 단속을 하기도 한다. 
 
일단 교통 위반 단속에 걸려든 운전자는 '봉'이다. 최소 100불이 넘는 벌금이 부과될 뿐 아니라 법정에서는 돈을 더내면 노포인트로 해준다며 벌금액수를 적게는 두배에서 많게는 다섯배까지 늘리기 위한 흥정도 벌인다. 포인트가 올라가면 보험료가 올라갈 것을 걱정한 운전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벌금의 몇배를 물고 포인트를 경감받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부가 시민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형량을 줄여주는 셈이다.     
 
비단 경찰 뿐 아니라 환경청이나 노동청 등 다른 정부기관도 단속 위주의 행정을 펴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규정을 만들어 놓고 조금이라도 이를 어기면 무자비하게 벌금을 매기고 있는 것이다. 환경청 직원들이 세탁소를 불시에 방문해서 드라이크리닝 기계에 펄크 누출 측정장치를 대고 측정치가 기준치 이상으로 나오면  그자리에서 수천불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어떤 네일 가게는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하였다가 위생법규 위반으로 수천불의 벌금을 물기도 하였다.
 
행정 당국은 무자비하게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법을 지킬 수있도록 계도에 힘쓰는 한편 경미한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막대한 벌금을 물리기보다는 우선 경고나 지도로 잘못된 점을 시정할 수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같이 힘든 때에 벌금폭탄으로 소상인들을 더욱 어렵게하면 결국 정부의 세수 수입도 감소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가게 일을 하루 못보는 한이 있더라도 법정에 나가 억울한 단속에 맞서 싸워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채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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