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누군가가 개신교의 글을 퍼올릴 때 표준어이자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하느님' 대신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옮겨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럴 때마다 이곳 교우들이 '애정 어린' 지적을 하기도 하고, 일부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극히 일부지만, '하나님'이라는 표현 하나만 가지고 - 그 내용은 읽기나 했는지 의문이 갈 지경 - 다짜고짜 '너, 개신교지? 나가!'라는 식의 배척을 하기도 한다.
하느님, 하나님...
그게 그리도 큰 문제일까?
'하나님'이라는 단어는 원래 우리나라 서북 지방에서 사용하던 사투리라고 한다. 물론 지금의 표준어는 '당연히' 하느님이 맞다.
원래 하느님과 하나님은 '하늘님' 또는 '하날(아래 아)님'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국의 천(天)의 의인화인 상제(上帝)를 뜻한단다. 물론 우리나라 고유의 신앙체계에서는 좀 더 다른 의미가 있긴하다.
정작 문제는, 하느님이든 하나님이든 빌려온 말이라는 것이다. 서양문물을 흡수하면서 함께 우리땅에 들어온 기독교가 우리 백성들에게 '신'의 존재를 알려주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표현이 없었던 것. 그래서 초기 선교사들이 '중국의 천/상제'의 개념과 비슷한 '하느님/하나님'이란 명칭을 성경의 '신'과 연결을 시킨 것이 그 시작이다(사실 이 때문에 일부 반기독교단체에서는 민족 고유의 신 이름인 '하나님/하느님'을 기독교로부터 다시 빼앗아와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기도 하다. 참 웃기는 짓들도 가지가지다.^^).
이 하늘님/하날님이 점차 하느님/하나님으로 변해 구한말까지 사용되어 왔고, 1933년 한글만춤법통일안이 제정되면서 '하나님'을 버리고 '하느님'을 표준말로 정하게 된 것이 이 '하느님'의 변천사라고 할까...
개신교, 특히 보수성이 강한 장로회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개신교는 아직 '하나님'을 주장한다. 그 이유 중에서 가장 '해괴하고도 웃긴' 이유가 바로 '하나이신 신'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지금 개신교인 조차 이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게다. 그냥, 입에 붙어 있고, 지금까지 '그렇게' 불러 왔기 때문에 갑자기 바꿔 부르기가 민망하다는 정도...
상당수 현대 개신교인들은 '하나님'이란 호칭이 표준어는 아니지만, 자기들이 믿고 있는 신을 일컫는 '고유명사'로 생각하고 또 그걸 그대로 받아들인다.
우리 가톨릭에서 언제부터 '하느님'이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가톨릭이 '하느님'이라는 용어를 먼저 선택하고 전체 기독교계에서 이 이름을 선양하고 있는 게 다행스럽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어차피 자기네 입에 굳어버린 '개신교의 하나님'에 대해, 그리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봐야 하겠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하나이신 하나님'이라는 우스꽝스러운 핑계를 뺀다면, 어차피 원래 써왔던 - 그 때는 '틀린말'은 아니었다! - 용어이기 때문에 '고유명사'화 시켜서 그대로 쓰겠다면 그냥 인정해 주면 어떨까?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우리의 하느님을 영어로 쓰면 'God'이고, 한자로 쓰면 '神'이고, 라틴어로 쓰면 'Deus'이다. 개신교라고 해서 God가 갑자기 Gad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神이 仙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또 그 지향하는 개념도 다르지 않다. 천지를 창조하시고, 세상을 다스리시며,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아드님 예수를 사람으로 보내신 것을 모두 인정한다. God가 아니라 Gad라서 천지를 창조한 신이 둘이 아니라는 건 가톨릭이나 개신교나 다 알고 있다.
개신교는 그저 우리가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분을 '하나님'이라고 부를 뿐이다.
우리 본당 신부님도 강론 때에 '하느님' 보다는 '하나님'이라고 발음하신다 - 재미있어서 두번 세번 확인했다^^. 우리 신부님이 개신굔가?
이제,
하나님이라는 개신교 용어가 등장하더라도
'우리 가톨릭에서는 <하느님>을 씁니다' 정도의 애정어린 충고 말고,
'너, 개신교지? 짜증나!' 등의
젖비린내 나는 푸념은 더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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