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집사람과 함께 점심으로 먹으려고 라면 세개와 계란 두개를 전기 밥솥에 앉혀놓았다. 옷수선 일이 밀린 집사람이 재봉틀에 앉아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동안 나는 드라이크리닝 기계를 작동시키며 옷을 세탁하고 출입문에 달아놓은 센서가 '딩동' 하고 울리면 카운터로 달려나가 손님을 받았다.
오후 두시까지는 지점으로 운영하고있는 린든 가게에 옷을 배달해야 하고 오후 네시에는 30마일 떨어진 포트리에서 회계사와 만날 약속이 있었기때문에 한시 삼십분 이전에 모든 일을 끝내야 했다. 다급한 마음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니 어느덧 한시 반, 라면은 보글 보글 끓고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그것을 먹고 갈 시간이 없는 것이다.
린든 가게 일과 포트리 회계사 일을 보고 내려오니 저녁 여덟시. 불꺼진 가게에는 집사람이 먹다 남긴 라면이 퉁퉁 불은채 밥솟 안에 눌러 붙어 있었다. 나는 밥솟에 물을 조금 붓고 전기 스위치를 눌렀다.
라면은 불어터져 면발이 우동처럼 굵어졌으나 생각보다 맛은 있었다. 배가 고파서였는지 아니면 원래 라면 맛이 그런것인지는 모르지만 모처럼 만에 아주 맛있게 먹은 음식이었다.
채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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